종교인 과세
정부가 다시 종교인과세를 추진한다. 법률에 근거해 소득이 많은 종교인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마련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종교계 의견을 받아들여 올해 1년간 종교인에게 과세하지 않기로 유예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6일 2015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종교인 과세의 과세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 현행 사례금 중 한 항목으로 규정한 종교인의 소득을 종교소득으로 법률로 규정해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종교단체의 원천징수는 선택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행 종교인 과세 체계의 기반은 법률이 아니라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시행령이다. 종교인의 소득 과세는 ‘기타소득의 사례금’으로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종교인 소득에 과세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률이 통과하지 않자 정부는 2013년 11월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종교인 과세의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이는 애초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작년 말 시행을 1년 유예해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종교인 과세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한 소득세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고, 소득이 많은 종교인에게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한 ‘차등 경비율’ 방식을 도입한다.
대다수 종교계가 종교소득을 시행령보다는 법률로 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이를 반영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현행법상 종교인 과세 방식은 종교인의 소득에서 일괄적으로 필요경비를 80% 빼고 나서 소득의 나머지 20%에만 세금을 매긴다. 소득이 5천만원이면 경비 4천만원(80%)을 뺀 1천만원(20%)에만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과세 체계 정비해 종교인의 소득을 ‘사례금’으로 분류한 것을 ‘종교소득’으로 법률에 명시하도록 했다. 식비, 교통비 등 실비변상액은 비과세 소득으로 규정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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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종교인의 소득이 천차만별인데도 과세 체계가 일률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소득이 높을수록 경비로 인정해 주는 부분을 줄이기로 했다. 필요경비율을 차등적용하는 것이다. 소득이 4천만원 미만이면 필요경비가 80%, 4천만∼8천만원이면 60%가 인정된다. 8천만원∼1억5천만원은 40%, 1억5천만원 초과는 20%다.
또 현행법상 원천징수의무자는 종교단체로 규정돼 있다. 기재부는 소득에서 의무적으로 원천징수하는 방식을 바꾸어 종교단체가 1년에 한 차례 소득을 자진 신고해 세금을 내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원천징수를 하지 않는 경우 종교인이 신고 납부해야 한다. 종교인단체가 원천징수를 하면 반기납부특례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의 종교인 과세 시행은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의 합리화’ 조치로 추진된다. 소득세법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2016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소득분에 대해 과세한다.
정부가 종교인 과세 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해 법률로 규정했지만, 관련 소득세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종교계의 반발이 여전하다. 불교계 대표종단인 조계종은 종교인 과세에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속내는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반면 기독교계는 종교인 과세를 사실상 반대해 왔다. 기독교 신우회가 가득한 국회에서 기독교계의 반발이 이어져 온 종교인 과세 관련 법률개정을 통과시킬지 미지수다.
국세청은 1968년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무산되고서 47년 동안 시행되지 못했다.
지난해 종교인 과세를 1년 유예한 정부는 올 2월 종교계와의 간담회에서 다시 의견을 들었다. 종교계 의견을 청취해 마련한 소득세법 수정안에 종교인 소득을 ‘사례금’으로 분류했지만 종교계의 반감만 사면서 다시 의견을 청취해 대안을 마련했다. 다. 최 장관 등은 종교계에 반감을 일으킨 ‘사례금’을 ‘기타소득의 하위항목에 종교인 소득’을 신설해 과세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원천징수 의무를 제외하고 자진신고 토록하고, 소득에 따른 필요경비도 차등 적용하도록 했다. 4,000만 원 이하는 80%, 4~8,000만 원은 60%, 8,000~1억 5,000만 원까지는 40%, 1억 5,000만 원은 20%까지 필요경비를 인정하도록 했다. 종교단체 기부액은 종교인이 종교단체에 기부시 소득금액의 30%를 인정하도록 했다. 저소득 종교인들을 위한 근로장려금 지급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올해 세법개정안은 경제 활력을 강화하고 민생 안정에 역점을 두면서도, 공평 과세를 실현하고 조세체계도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번에 마련한 소득세법 개정안의 종교인 과세 부분은 올해 초 협의에 따른 것이다. 기재부는 “종교단체와 국회 등 이해관계자를 설득해 종교인 과세 관련법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일부 종교단체를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종교인 과세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여론도 동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입법예고와 부처협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9월 11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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